에미상 감독상 받은 황동혁 "기다려라, 시즌2로 돌아온다"
- 2022.09.13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차지한 황동혁(51) 감독은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상의 기쁨, 작품상을 놓친 아쉬움, 시즌2에 대한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시즌2가 궁금하다고 하자 “시즌2의 에피소드 6 집필을 막 끝냈다. 반쯤 온 것”이라며 황 감독이 말을 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성기훈(이정재)의 캐릭터다. 그는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지지 않고, 복수를 향해 간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가 감독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벤 스틸러(세브란스: 단절), 마크 미로드(석세션), 캐린 쿠사마(옐로우재킷),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쳤다. 수상자로 호명된 황 감독은 미리 적어온 메모지를 보며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역사를 만들었다”며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답니다.
‘오징어게임’ 속 기훈과 상우(박해수)의 캐릭터와 가족사에는 작가 겸 감독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다. 황동혁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할머니는 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나물을 팔았다. 그는 ‘쌍문동 수재’로 서울대에서 신문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영화 유학을 떠날 땐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 만큼 가난했다.
2007년 ‘마이 파더’로 데뷔한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상업영화를 만들었지만 2009년에 각본을 쓴 ‘오징어게임’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캐스팅도 투자도 힘들었다. 실직 후 이혼하고 사채까지 쓰는 기훈을 포함해 456명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이 서바이벌 게임은 미국 넷플릭스 자본을 만나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10여 년 사이에 부동산 값이 급등하고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고 투기 열풍이 일어나 빈부 격차는 심해졌는데 팬데믹까지 오면서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졌다. ‘오징어게임’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고, 보는 사람이 감정이입해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OTT 플랫폼은 작품의 러닝타임이나 표현 수위 등 여러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황 감독은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등 한번 해보고 싶다는 목표로 꿈을 갖고”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 제작까지 12년이 걸렸지만 세계 정복에는 12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시상식 후 한국 기자단과 회견에서 그는 “지난 1년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된 시간”이라며 “그 여정의 피날레가 오늘이었는데 이렇게 트로피를 가지고 돌아가게 돼 행복한 밤”이라고 말했다. “에미상 시상식에 다시 돌아온다면 작품상을 받고 싶다”고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들에게는 초록색 체육복을, 관리자들에겐 핫핑크 점프 슈트를 입히는 등 색의 대비에도 신경을 썼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들에게는 초록색 체육복을, 관리자들에겐 핫핑크 점프 슈트를 입히는 등 색의 대비에도 신경을 썼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은 극한의 경쟁을 조장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우화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비결을 묻자 황 감독은 “글로벌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언어를 초월하는 상징과 기호, 색깔을 직관적으로 사용했고 구슬치기나 홀짝처럼 누구나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게임을 골랐다”며 “빈부 격차와 자본주의의 결함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감하는 문제라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답했답니다.
따라할 수 있는 의상, 강력한 ‘밈(meme·인터넷 놀이처럼 유행하는 이미지)’으로 퍼진 동그라미(Ο) 세모(△) 네모()도 사랑받았다. 전중환 경희대 교수(진화심리학)는 “놀이가 생존에 중요한 사회성을 길러준다”며 “이번 ‘오징어게임’ 현상은 노는 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롭지 않은지는 누구나 안다. 나는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창작자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 시즌1에서 기훈의 마지막 대사처럼 인간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황동혁 감독)
뉴욕타임스는 에미상 시상식 직후 “이번 ‘오징어게임’의 수상은 외국어 드라마가 에미상의 장벽에 큰 돌파구를 뚫은 셈”이라며 “자막이 붙은 시리즈를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미국 시청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이 만들면 전 세계가 본다”(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시즌2를 앞둔 황 감독은 “취향이 까다로운 한국 관객 덕분에 조금씩 발전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관객이) 좋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자’는 내 신조처럼 시즌2로도 기대에 응답하겠다”고 했답니다.
- 프로필 이력 경력
출생 나이 생일
1971년 5월 26일 (51세)
고향 출생지
서울특별시 성북구 쌍문동
(現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
학력
동성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신문학 / 학사)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영화제작학 / 석사)
데뷔
2007년 영화 '마이 파더'
2007년 마이 파더로 장편 데뷔를 했지만, 비평의 호불호와 모티브가 된 성낙주에 대한 각색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다만 평가와 별개로 비범한 데뷔작이라는 평도 있다.
2011년 공지영 원작의 영화 도가니로 복귀했다. 2005년까지 5년에 걸쳐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바탕으로 연재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 작품성과 흥행과는 별개로 후폭풍을 불안해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를 송두리째 뒤집어 놓은 최초의 고발 영화로 큰 후폭풍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품이 되었다.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해 출세작이 됐답니다.
다음 작품은 작품 분위기와 위에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감독의 주 장르와 다른 코미디 장르의 영화 수상한 그녀로 돌아와 800만명이라는 흥행 잭팟을 터뜨렸다. 잔잔하고 유쾌한 연출 및 유머와 심은경의 열연, OST로 관객에게 좋은 평을 들었다.
이후 김훈 원작의 남한산성을 연출했는데, 지루하고 암울할 수 있는 소재라 흥행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결국 흥행에는 제작비 대비하여 성공을 못했다. 하지만 작품성에는 이견이 없으며, 역덕들에 고증으로도 좋은 평을 듣고, 명배우들의 열연, 뛰어난 연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생생한 촬영 등 단지 흥행에만 실패한 비운의 명작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2021년 9월, 본인이 2008년부터 구상했다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하여 넷플릭스로 공개하였다. 잔인한 묘사와 극단적인 소재 때문에 호불호가 갈렸으나, 그 호불호를 뛰어넘어 흥행에 대성공했다. 사실 2008년부터 구상했음에도 10년이 넘게 찍지 못한 이유도 위의 호불호 갈리는 요소와도 연관있는데, 10년 동안 준비해 온 본인의 드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셈이다.
차기작으로 영화 'K.O Club(Killing Old People Club)'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에세이 '파페 사탄 알레페: 유동사회의 연대기'[4]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2024년 말 공개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 그에 관련된 주요 보도
'오징어 게임' 황동혁→정우성, '아름다운 예술인상' 수상.."의아해" "부끄럽다" 겸손
- 2021.11.18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정우성이 '아름다운 예술인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마른내로 명보아트홀에선 '제11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이 열렸답니다.
'아름다운 예술인상'은 매년 연말을 맞이해 지난 한 해 동안 영화·연극분야에서 뛰어난 활동 실적을 평가받은 예술인을 선정, 총 1억 원의 시상금과 상패를 전달하는 행사다.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희망으로 맞이하는 축제의 자리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예술인상'을 주최, 주관하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은 2011년 1월에 설립되어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씩 예술인자녀의 학비를 지원한 장학사업, 영화인재의 발굴을 위한 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 한국영화의 미래인 어린이 영화체험 교육사업 등을 시행해왔다.
이날 황동혁 감독은 '영화예술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드라마 분야에서도 영화감독으로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K문화의 연출 저력을 과시하며 영상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영화예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황동혁 감독은 2007년 영화 '마이 파더'로 연출 활동을 시작해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탁월한 연출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답니다.
무대에 오른 황동혁 감독은 "오늘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코로나19 검사 때문에 까딱하면 참석 못할 뻔했다. 검사를 빨리 받고 올 수 있도록 해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답니다.
이어 "명보극장(현 명보아트홀)은 제가 어릴 적 자주 영화를 보러 오던 곳인데, 이런 곳에서 좋은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드린다. 아직도 후배들을 위해 힘을 많이 쏟고 계시는 신영균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황동혁 감독은 "상을 주신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엔 의아했다. 이 상은 영화 만든 사람한테 주는 상으로 알고 있는데, 드라마를 만든 저한테 준다고 하셔서 왜 그럴까 싶었다. 그만큼 작년 한해 코로나19 때문에 좋은 한국영화를 만들어놓고 개봉 못한 것도 많고, 촬영에 들어가지도 못한 작품이 많다는 것 같다. 좋은 영화가 소비될 기회가 적어서, 저한테 상이 돌아온 게 아닌가 싶다. 저도 꾸준히 영화를 연출해온 영화감독으로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관객들이 보러 오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년엔 꼭 코로나19가 나아져서 좋은 한국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고, 관객들이 찾아주셨으면 싶다. 내년 이 상은 꼭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답니다.